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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7.19 애니미즘_오쿠노 가츠미

애니미즘

 

오쿠노 가츠미(奥野克巳)

 

키워드: 에드워드 타일러, 종교기원론, 인지진화, 데카르트주의, 서구이원론, 인간과 비인간

 

생물학자 야콥 폰 윅스퀼은 생물의 인지능력이 만들어낸 세계를 환경세계로 파악했다. 진드기가 진드기의 인지능력을 통해 환경세계를 만들어내듯이, 인간은 인간의 인지능력을 통해 환경세계를 살아간다. 그런데 인간은 지금과 여기를 넘어서 물리적인 환경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감지하는 능력까지 갖고 있다. 현실뿐만 아니라 초현실의 영역으로 뻗어가는 지각이야말로 인간의 인지능력이며 인간의 환경세계의 특징이다.

그러한 인지능력을 인간은 어떻게 해서 갖게 된 것일까? 19세기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타일러는 원초의 인간이 꿈이나 죽음을 통해 평소 머무는 신체로부터 이탈할 수 있는 인격적인 실체로서의 혼이 존재한다는 관념을 가지게 되었다고 추론한다. 타일러는 인간 이외의 존재에도 혼이나 영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고방식을 애니미즘이라고 이름 붙였고 그것을 종교의 원초형태로 규정했다. 애니미즘이란 움직이는’ ‘이라는 뜻이며 여러 장의 그림을 연속해서 그림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애니메이션이라는 말에도 그 뜻이 이어지고 있다.

애니미즘이 다신교로, 나아가 일신교로 진화한다는 주장에서 알 수 있듯이 타일러는 종교의 기원론에도 관심이 컸다. 타일러와 동시대 학자인 제임스 프레이저, 20세기에 들어선 후에는 에밀 뒤르켐 등이 이끈 종교의 기원을 둘러싼 연구는 문화인류학의 주요한 토픽이었다. 20세기 후반에는 문화진화론이 비판받으면서 문화인류학은 종교의 기원이라는 테마를 더 이상 다루지 않게 되었다. 그 대신 20세기 후반이 되면 동물행동학과 영장류학, 진화론과 인지과학등의 영향을 받은 심리학과 고고학 등이 종교의 기원을 둘러싼 연구를 행하였다.

인지고고학자 스티븐 마이슨에 의해 제기된 종교의 기원을 둘러싼 가설에 의하면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6~3만년 전에 종교가 출현했다. 네안데르탈인의 뇌에는 언어영역, 사회영역, 기술영역, 박물영역 등의 영역들이 분리되어 있었고 그래서 사물 그 자체로밖에 파악할 수 없었다. 반면 현생인류의 뇌에서는 각각의 영역을 분리한 벽이 무너지고 그 사이를 연결하는 신경조직이 형성되며 그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회로를 통해 영역들을 횡단하는 유동적인 지능이 작동할 수 있게 되었다. 현생인류는 비유나 상징을 조작해서 인간 이외의 존재에도 의식과 같은 것이 있을 것이라고 파악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해서 현생인류는 지금과 여기를 초월한 영역으로 뻗어가는 인지능력을 손에 넣게 되었고 종교를 만들어내었다. 이는 또한 타일러가 애니미즘이라고 부른 현상과 동일하다.

20세기가 끝나갈 무렵 애니미즘은 인류학 내부에서 다시금 조명받기 시작한다. 남미 선주민 사회에 대한 조사에 기반하여 비베이루스 지 카스트루는 남미 선주민이 인간, 동물, 정령이라는 존재자에 대해 각각의 스스로가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간주하며 동물이나 정령들은 자신들에게도 사회가 있다고 본다고 말한다. 인간과 동물 등 인간이외의 존재들 간의 차이는 몸에 두르는 것(의상과 장식)에 있다. 그 점에서 인간, 동물, 정령은 내면적으로는 동일한 존재이며 다른 것은 신체적인 면일 뿐이다. 비베이루스 지 카스트루에 의하면 애니미즘은 인간, 동물, 정령 등의 존재들이 자신들에 대해 가지는 재귀적인 관계가 논리적으로 동등하다는 것을 표현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필리프 데스콜라는 남미 선주민 사회에 대한 조사에 기반하여 인간과 비인간(인간 이외의 존재)이 서로 유사한 내면성과 각기 다른 신체성을 가지는 양태를 애니미즘으로 고찰했다. 그의 애니미즘에서는 인간이 동식물 및 그 외의 환경적 요소들에게 주체성을 부여한다. 이 속에서 인간은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비인간들 사이에서 그것들과 인격적 관계를 맺는다.

그런데 타일러의 애니미즘은 인간과 비인간을 확연히 구분한 후에 인간만이 혼이나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파악하는 데카르트주의적인 서구이원론에 기초한다. 인간 이외의 생물이나 사물에 대해서는 인간이 가진 혼이나 정신을 투영하는 프로세스를 거쳐야 한다. 이에 반해 비베이루스 지 카스트루 등의 애니미즘의 새로운 정의는 데카르트주의적인 이원론에서 벗어나 보다 본질적인 이해에 기반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레인 윌러스레브(Rane Willerslev)의 애니미즘론 또한 데카르트주의적인 주객이원론의 탈중심화를 지향한다. 서구가 잃어버린 세계를 상정하고 그 속에서 세계와 다른 존재자들 간의 차이를 흡수해서 연결함으로써 성장하는 것이 애니미즘이라고 파악한 누리트 버드-데이비드(Nurit Bird-David)를 비판하고 인간과 비인간이 이거냐 저거냐가 아니라 이것도 저것도라는 모호함의 존재양태를 가지는 것이 애니미즘이라고 주장한다. 월러스레비의 애니미즘은 또한 팀 잉골드의 애니미즘과 공명한다. 잉골드는 정신과 물질이라는 분할선 이전의 사물의 끊김 없는 삶의 흐름 그 자체를 지향하며 살아가는 것’(animacy)이 정신과 물질의 존재론적 분할에 앞서는 애니미즘의 본질이라고 주장한다. 나무는 바람의 흐름과 어울리고 그 움직임 속에서 바람가운데나무로서 살고 있다. 잉골드가 말하는 애니믹한 존재론’(animic ontology)이란 존재들이 한 몸이 되어 생성과 운동을 부단하게 반복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19세기의 철학자 뤼시앙 레비브뢸의 참여의 원리’(principe de participation) 또한 데카르트주의적인 이원론을 넘어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참여란 원초의 인간이 가지는 심성을 뜻한다. 미개인의 심성에게 일()과 다(), 같음과 다름 등의 대립은 한쪽을 긍정하는 것이 다른 한쪽을 부정하는 필연을 포함하지 않는다. 양자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민속학자 오리구치 시노부(折口信夫)는 인간이 가진 비교의 능력을 유사점을 직관하는 동화[類化]성능순간적으로 차이점을 느끼는 구별화[別化]성능으로 나누었다. 동화성능이란 표면적으로 다른 것들 간에 공통성과 동질성을 찾아내는 사고법이며, 구별화성능이란 차이에 기초해서 구성되는, ‘AA’ 라는 과학사고의 기본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원리를 포함하는 사고법이다. 오리구치는 고대인의 마음이 동화성능에 기초한다고 생각했다. 애니미즘이란 동화성능적인 사고에 대한 것이다. 이 사고는 또한 오늘날의 애니미즘론을 선취한다. 인간과 비인간, 정신과 물질, 주체와 객체라는 서구이원론의 사고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데카르트주의적인 이원론의 비판의 입장에서 철학자 오모리 쇼조(大森荘藏)는 인간이 인간 이외의 존재와 인격적 관계를 맺을 때 인간 이외의 존재가 마음 있는 것으로 등장하는 상황에 착목하고, 이 지점에서 애니미즘의 본질을 발견한다. 시인 야모오 산세이(山尾三省)가 도쿄에서 이주한 야쿠시마(屋久島)에서 애니미즘을 발견한 것은 특기할만하다. 애니미즘은 과학합리주의와는 대극에 있는 자연에 대한 낭만주의와 결합될 가능성을 언제나 품고 있다. 바람과 공기를 포함한 자연이 힘을 가지고 있었던 옛 애니미즘으로부터 숨이 모음으로 알파벳 속에 불어넣어짐으로써 외부의 자연에 잠재된 영력이 인간의 머릿속에 스며든 덕분에 인간에만 적용되는 자기재귀적인 애니미즘으로서 화현했다고 주창한 데이비드 아브람(David Abram)의 애니미즘론은 이색적이다. 마지막으로 이와타 케이지(岩田慶治)의 애니미즘에 대해서 언급해두고자 한다. 이와타는 서구이원론의 사고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거쳐 지리학자 알렉산더 폰 훔볼트와 도원(道元)의 사상에 이끌려 독자의 풍부한 애니미즘론을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Abram, David (1997) The Spell of the Sensuous Perception and Language in a More-Than-Human World. Vintage Books.

Bird-David, Nurit (1999) “Animism Revisited: Personhood, Environment, and Related Epistemology”, Current Anthropology 40(S1): S67-S91.

Descola, Philippe (2006) “Beyond Nature and Culture”, Proceedings of the British Academy 139: 137-155.

Ingold, Tim (2000) The Perception of the Environment: Essays on livelihood, Dwelling and Skill. Routledge.

--------- (2011) Being Alive: Essays on Movement, Knowledge and Description. Routledge.

Viveiros de Castro, Eduardo (1998) “Cosmology Deixis and Ameridian Perspectivism”, Journal of the Royal Anthropological Institute, n.s. 4(3): 469-88.

Willerslev, Rane (2007) Soul Hunter: Hunting, Animism, and Personhood Among the Siberian Yukagirs.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Lexicon 現代人類学38-41.

Posted by Sarant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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