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재산도 11표도 폐지: 34세의 미국 학자가 그리는 변혁_글렌 웨일 인터뷰

진행자: 에부치 다카시(江渕崇)

 

 

사유재산도 11표도 폐지하자!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나라미국에서 34세의 학자가 그 전제와 상식에 의문을 던지며 세계적으로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성장이 둔화하고 빈부격차만이 날로 커지는 자본주의를 넘어 디지털 시대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래디컬한’(근본적·급진적인) 처방전이란 무엇인가? 미국의 정치경제학자 글렌 웨일에게 묻는다.

 

------------------------------------

 

에부치: ‘래디컬한변혁이 필요할 정도로 세계는 병들었습니까?

 

웨일: 지난 30~40년간 세계 속에 파고들어 사람들을 갈라놓은 신자유주의 질서에 사람들은 깊은 불만과 위기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업률이 낮다 해도 사람들은 장래에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직업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진보를 사회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제도로 혁신해야 합니다.

 

에부치: 당신은 이러한 현상을 스테그인이퀄러티(stagnequality)’라고 부르며 문제 삼습니다. 저성장(스태그네이션)과 격차확대(inequality)가 동거하는 상태라고요.

 

웨일: 추악한 조어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더 추악합니다. 한 줌만이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문제의 근원입니다. 미국은 과거 널리 생산거점이 흩어져 있었지만, 지금은 실리콘밸리와 뉴욕 등 몇몇 도시에 경제가 집중하고 부동산 급등으로 그런 대도시로의 이주 또한 어렵습니다. 토지 소유자와 기업가가 이익을 독점하고 인프라 투자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많은 지방에서는 아마존 창고나 월마트가 압도적인 고용주가 됐습니다. 그러나 그 외 직장이 없기 때문에 경쟁 상대가 없어서 급료가 억제되고 있습니다. ‘매수자 독식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값싼 임금으로는 일하지 않는 사람이 있고, 사람들의 능력이 헛되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에부치: 시장에 맡기는 것이 나쁘다는 것인가요?

 

웨일: 학생 때 월가에서 인턴을 한 적이 있습니다. 파생금융상품으로 돈을 벌었는데, 실제로 한 일은 유해한 금융상품을 뿌렸을 뿐입니다. 그로부터 2년 후에 금융 위기가 터졌습니다. 시장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잘못된 방향으로 소수의 전횡을 허용하는 지금의 구조가 문제입니다.

 

에부치: 독점이 극에 달해 사회 불안이 고조됐던 19세기 후반 황금시대혹은 대공황 이후의 1930년대 등 과거의 전환기와 맞먹습니까?

 

웨일: 역사는 되풀이되지는 않지만 운()을 맞춘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자유 방임의 자본주의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에서 그 시대들과 비슷합니다. 그때에도 새로운 비전을 마련해야 했고 뉴딜정책 등을 통해 상당 부분 비전이 실현되었습니다.

대외적인 긴장도 그때와 비슷합니다. 1930년대 당시 미국은 독일이나 일본과 대립했고, 지금은 중국이나 인공지능(AI)과의 장래를 경계하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를 내거는 사회는 지금 안팎으로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에부치: 트럼프 정권은 사람들의 불만을 에너지로 삼고 있습니다.

 

웨일: 다른 나라와 긴장 관계를 만들고, 기업에 이익을 유도하여 고용을 늘리도록 하겠다.이 정책은 전쟁 전의 독일이나 이탈리아에서 시행한 정책의 온건한 재탕입니다. 전혀 생산적이지 않습니다. 트럼프 당선은 미국과 세계에 좋은 일이었다고까지 생각할 수 있습니다. 현상 유지와는 완전히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일깨워줬기 때문입니다.

 

에부치: 그렇다면 좌파는 어떻습니까?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자 지명을 목표로 하는 샌더스 상원의원 등 부유층에 대한 증세와 전국민 보험을 내거는 후보들이 젊은이들에게 인기입니다. (*이 인터뷰는 샌더스의 민주당 후보자 지명 운동이 한창인 20201월에 진행되었음.)

 

웨일: 문제 해결을 국가에 맡기는 부분이 근본적으로 취약합니다. 좌파가 기피하는 독점기업만큼이나 국가도 문제투성이입니다. 애당초 국가는 다수파를 따릅니다. 그 다수파가 트럼프를 선택한 겁니다. 좌파가 주창하는 바를 따져보면, 그들이 지금보다 더 권력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해야 합니다. 지난해 유행한 현대화폐이론(MMT)은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좌파의 좋은 사례로서 정부가 신이 아닌 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에부치: ‘3의 길을 주창한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정권 등 과거 서구의 중도좌파 정권이 국가와 시장 사이의 물꼬를 트려고 시도했습니다.

 

웨일: 현실은 두 시스템[국가와 시장]나쁜 점만 취하기였습니다. 미국 클린턴 행정부가 그 전형입니다. 증세로 경제를 왜곡하고 금융의 규제 완화로 경제위기의 씨앗을 뿌렸고, 민주주의의 열화를 초래했습니다. 우리가 지금 찾아내야 할 것은 어정쩡한 반반이 아닙니다. 밀턴 프리드먼의 자유주의보다 시장의 이점을 추구하는 동시에 칼 맑스의 사회주의보다 평등과 협동을 지향하는 사회입니다.

 

부동산, 공장, 통신에 필요한 주파수 등을 사회에서 공유하다

 

에부치: 그런 일이 가능할까요?

 

웨일: 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방책을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사유재산의 폐지입니다. 어휘의 본원적인 의미에서 사유재산은 독점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자산이라도 소유자가 높은 가격을 매겨 그것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도쿄에서 고층 빌딩들 사이에 단독주택이 있다고 했을 때, 이에 대한 제 의견을 말하자면 소유자에게 절대적인 권리를 인정한 나머지 토지가 유용하게 사용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부동산과 공장, 통신에 필요한 주파수 등 자산의 대부분을 사회 전체가 공유해야 하는 겁니다.

 

에부치: 공산주의 말입니까?

 

웨일: 공산주의 아닙니다. 기업이나 개인은 그 자산의 이용권을 시장에서 사고팝니다. 그런 제도를 통해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 하는 대립을 넘어선 새로운 경제가 가능해집니다. 이미 싱가폴에서는 부동산이 그렇게 취급되고 있어요. 앱 등의 기술을 활용해서 대상이 되는 자산을 널리 확산시키는 겁니다.

 

에부치: 어떻게 사고팝니까?

 

웨일: 내가 내 자신에게 이용권이 있는 자산의 가격을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합니다. 공유자산이기 때문에 이용료로서 가격을 기준으로 매년 정률의 세금을 부과합니다. 그러면 가격 인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동시에 그 가격에 사고 싶은 사람이 나올 수 있으므로 반드시 매도 규정을 마련해야 합니다. 너무 낮은 가격으로 매매할 수 없고 자산에 대한 평가가 가격에 적절하게 반영되어야 합니다.

 

에부치: 그렇게 해서 격차를 줄이고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지요?

 

웨일: 예를 들어 세율을 7%로 설정하면 앞으로 전망할 수 있는 수익이 그만큼 계속 줄어듭니다. 그래서 계산상 자산의 현재가치는 3분의 1로 줄어듭니다. 재산의 대부분이 사라지므로 격차는 줄어듭니다. 공유자산의 이용료로서 모은 세금을 기본소득 등의 형태로 전원에게 환원함으로써 한층 더 평등해질 수 있습니다. 토지와 자산이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유연하게 이동하고 성장도 가속화됩니다. 세율만 고안하면 투자 의욕은 유지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시장경제입니다.

 

에부치: 시장경제의 높은 불확실성 또한 사람들이 국가에 보호를 요구하는 요인입니다. 시장 기능의 강화는 사회를 더욱 불안정하게 하지 않을까요?

 

웨일: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부동산 소유자 등 가진 자만이 매우 안정되어 있고 그 반면에 노동자와 세입자 등 못 가진 자는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고 불안정합니다. 새로운 구조에서는 누구나 사회의 전 자산에 대해 부분적인 소유자가 되어 그 이익을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모두가 같은 수준으로 안정될 것입니다.

정말로 소중하고 양도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으면, 그만큼 가치를 높이 평가해서 많은 세금을 지불하면 됩니다. 보험과 똑같습니다. 지금까지 사람들을 분단하고 고독으로 몰아넣었던 시장 시스템을 사람들을 이어주는 것으로 다시 디자인하자는 겁니다.

 

에부치: 이제는 독점이라면 디지털 공간입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거대 플랫폼을 분할해야 합니까?

 

웨일: 정치 권력으로서의 왕을 용서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산과 판매에서도 왕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고방식이 독점 금지의 원칙입니다. 다만 왕을 죽여 버리지 않고 민주주의 안에서 설명가능하게 놓아두는 방법이 있습니다. 거대 플랫폼을 분할하면 편리함이 손상되는 등 불이익도 큽니다. 그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민주주의를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에부치: 어떻게 말입니까?

 

웨일: 지금의 디지털 경제는 봉건제와 같습니다. 이용자는 소작인입니다. 플랫폼이라는 영주의 토지에 살면서 꾸준히 경작합니다. 데이터라고 하는 수확은 영주가 삼켜버립니다. 문제는 소작인에게는 다른 곳으로 이동할 자유도 없고 구조를 개선시킬 동기도 없다는 것입니다.

데이터 제공을 노동으로 위치짓고 플랫폼이 그 대가를 지불하게 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봉건제를 벗어나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이용자는 가격 등의 협상력이 없으므로 노동조합을 참고로 하는 데이터 조합과 같은 조직으로 대항합니다. 생산한 데이터에 대한 컨트롤을 되찾자는 겁니다.

 

에부치: 근무처인 마이크로소프트(MS)로서도 심상치 않은 이야기 아닌가요?

 

웨일: 만약 존재 가치를 드러내는 길을 찾지 못한다면 내 제안의 상당 부분은 MS에도 파괴적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MS는 테크놀로지를 구사해서 미래를 개척하는 것을 선호하는 회사입니다. 저는 자유롭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관심과 절실함에 따르는 복수의 표

 

에부치: 당신은 민주주의의 대원칙으로 생각되는 11표도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웨일: 민주주의의 원리는 정부가 사람들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것입니다. 11표의 다수결에서는 소수파의 이해가 반영되지 않습니다. 동성결혼이 쉽게 허용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재판관이라는 제한된 사람들에게 판단을 맡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에부치: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웨일: 여기서도 시장의 힘을 이용합니다. 유권자에게 일정한 포인트를 나누어 주고, 그것을 밑천으로 표를 사는구조입니다. 관심과 절실함에 따라 특정 의제에 복수의 표를 던질 수 있도록 합니다. 동성결혼 의제에 무관심한 다수파는 적게 투표하는 반면 절실한 당사자는 최대한 많은 표를 던지려고 할 겁니다.

표를 많이 던질수록 한 표당 가격이 비싸지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표에 1포인트가 필요하다면 2표에는 4포인트, 3표는 9포인트. 표 수의 제곱의 값을 매기면, 가령 10표를 사려면 100포인트나 필요합니다. ‘2차 투표라면 강한 선호를 가진 소수자에 의한 극단적인 매점을 막으면서 그 이익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습니다. 미국 콜로라도주 의회는 예산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의원들의 신경전을 반영하기 위해 이 시스템을 실천했습니다.

 

에부치: 그렇지만 역으로 업계 단체의 압력 등 목소리 큰 소수자도 문제 아닙니까?

 

웨일: 사회는 순수한 다수결의 원리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의회에서의 대표제, 로비, 단체 교섭을 통해서도 소수자의 목소리가 전달됩니다. 그러나 ‘2차 투표는 훨씬 투명한 형태로 소수자의 이익을 반영할 수 있고 이익 유도와 부패를 막아낼 수 있습니다.

 

래디컬한 구상으로 사람들을 촉발하다

 

에부치: 당신은 일반 시민이 이민자의 신원을 가져와서 이익을 얻는 구조 혹은 기관투자가의 지배력을 무너뜨리는 기업통치개혁 등 폭넓고 참신한 제언을 하고 있습니다.

 

웨일: 그렇듯 다양한 제언의 기저에 공통으로 흐르는 것은 사회제도를 개량할 수 있는 테크놀로지로서 다뤄야 한다는 사고방식입니다. 전보에서 전화를 거쳐 텔레비전으로 진화한 것처럼 제도도 발명이나 비약적인 개량이 가능합니다. 또 민주주의와 시장이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생각도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기업과 시장을 민주화하는 것과 더불어 투표를 시장화해야 합니다.

 

에부치: 독점금지법, 노조 강화, 세제 개편 등 기존 제도를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너무 급진적인 제안은 사람들과 거리를 두게 해서 반대로 현상 유지에 가담하지 않나요?

 

웨일: 폭넓은 변혁의 일환이라면 그러한 정책에 찬성합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위기에 당면해서는 급진적인 구상을 통해 사회가 목표로 해야 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사람들을 촉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단기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사람들을 움직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마존을 창업한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 씨를 보세요. 전 산업을 변혁하는 지극히 급진적인 비전이 있기 때문에 거기까지 이르는 구체적인 방안을 착실히 밀고 나갈 수 있는 겁니다.

 

에부치: 독점이 일꾼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경제학자가 주목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또 좌우 양 정파 모두 경제학자의 대세는 급진적인 제안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웨일: 경제학자들은 기업합병 컨설팅이나 정부 업무를 맡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세밀하고 세련된 분석 모델을 만드는 데에 몰두합니다. 사람들이 직면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와 격투하려 하지 않습니다. 경제학자가 기술 관료의 일부가 돼 버렸습니다.

 

에부치: 당신은 세계 지도자들이 모이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 회의)에 등판합니다.

 

웨일: 그들은 자본주의의 본질을 재고하기 시작했지만, 충분히 창조적이지 않다는 것이 걱정입니다. 나의 역할은 그들의 사고를 멀리까지 보내는 데에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압력이 충분히 높아질 때에 실제로 변혁을 일으키는 것은 종종 엘리트이니까요.

 

私有財産11廃止 34米学者変革〉 《朝日新聞2020121.

 

Posted by Sarantoy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