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터 벤야민의 공부법』(권용선, 역사비평사, 2014년)은 학생들에게 기말과제로 읽힐만한 책인지 알기 위해 먼저 읽어본 것이다. 이 책은 벤야민의 몇 가지 이론적 테마를 중심으로 그의 생애를 고찰한 일종의 전기문이다. 쉽게 쓰려고 한 것 같다. 그러나 벤야민의 사유 자체가 쉽지가 않아서, 아무리 풀어쓴 책이라 해도 과연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또 책 중간중간에 맥락 없이 불쑥 튀어나오는 데리다니 들뢰즈니 가라티니 고진 등의 이야기는 저자 자신의 수유-너머의 고유한 경험들에서 비롯된 것이라 오히려 벤야민의 사유에 대한 접근을 흩트려놓는다. 결정적으로 벤야민의 공부법이라고 소개한 '수집', '인용', '배치' 등의 탈역사적 역사화의 글쓰기 부분이 쉽게 이해되기는 하는데, 벤야민의 역사철학을 오히려 호도하는 것은 아닌지 조금 의심스럽다. 벤야민의 역사철학은 아도르노가 "인간학적 유물론"이라고 규정한 것과 같이, 산업자본주의 이후 출현한 인위적인 '자연'으로서의 산업기술로부터의 공동체적 지양에 있다. 그것은 아카이브 구축의 방법론으로 환원되는 것이 아닌데, 그것을 이 책에서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 같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지금으로서는 벤야민을 단순화한 책의 내용보다는 그 내용이라도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니까.
또 하나 오늘 읽은 것은 『朝鮮総督府官吏: 最後の証言』[조선총독부 관리: 최후의 증언](2014)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1915년생으로 1933년 조선으로 건너가 1946년 일본으로 귀환할 때까지 강원도의 관리직을 역임했던 어느 일본인의 생애구술록이다. 이 분은 현재 살아있고 사진으로 봤을 때는 100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청 정정하다. 새로운 내용이 있을까 했는데, 내가 한 조사인터뷰에서 귀에 딱정이 앉을 정도로 들었던 이야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에 대한 담론적 분석은 박사논문에서 이미 다 했다.
그런데도 이 책을 읽은 것은 이 책이 일본의 극우출판사에서 나왔다는 점 때문이다. 조선 출신의 '히키아게샤'(引揚者 귀환자)의 경험담이 현재 일본사회 내의 정치적 지형의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읽은 것이다. 나는 "조선인과 잘 지냈다"고 하는 그들의 강변이 일본의 국민적 동일성 내의 내적 구획화에 대한 저항으로 분석했는데, 이 책에서는 '서구(戰後는 미국)중심주의에 대항하는 아시아의 맹주로서 일본'이라는 서사로 구축되고 있다. 토 나올 것 같았지만, 연구를 위해서 끝까지 참고 읽었다. 이렇듯 정치적으로 첨예한 주제와 영역을 다루면서도 탈정치적인 길을 찾고자 하는 것은 허위의식의 우익적 이데올로기에 안착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좌파적으로 전유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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